<빨간 풍선>(1956) 이번에만 세 번 넘게 돌려 봤는데 여전히 설레고 가슴 아프게 좋았다 많이들 보셨겠지만 혹시라도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한 유튜브 링크. 대사 거의 없는 단편 33분. The Red Balloon | Oscar Winning Short Film | Drama | Classic Movie -
@YouTube
좋아하는 단편 <빨간 풍선>을 보려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디미트리 키르사노프 감독의 <메닐몽탕>이라는 무성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기이하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공포로 시작해서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채 끝나는. 단편 38분
Menilmontant (1926) -
@YouTube
“세상 사람들은 오늘은 날씨가 좋다 또는 나쁘다고 말하지만 날씨가 좋고 나쁜 게 어디 있겠어. 다 좋을 뿐이지. 다만 종류가 다를 뿐이야. 개어서 좋은 날씨, 비오니까 좋은 날씨, 바람 불어서 좋은 날씨야.”
- 1993년 1월 20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 중에서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
2046은 dvd로 봤었는데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대사가 나오던 순간 재생을 멈추고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모든 걸 타이밍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랬더라면 하는 생각은 가끔 했었거든. 미련과 후회의 흔적을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나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조르주 페렉, 『보통 이하의 것들』. ”빌랭 거리는 파리 도시정비사업에 의해 철거가 결정되었기에 페렉의 어린 시절 집이었던 24번지 또한 몇 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소들(Les Lieux)이라 명명한 프로젝트를 위해 빌랭 거리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로메르의 <파리의 랑데부>(1995) 세 번째 에피소드인 「어머니와 아이 1907」은 모르는 여자를 쫓아가는 과정과 골목길이라는 장소, 거울, 창, 벽, 낙서 이미지와 카페 장면 등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소재라고 해도) 게린의 <실비아의 도시에서>(2007)가 많이 생각났다
“죽음, 우리에게 다가오는 죽음은 또한 기억이다. 현재와 같다. 일어난 일의 기억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기억처럼, 온전히 현재다. 지나간, 차곡차곡 쌓인 지난봄들의 기억이고, 하나씩 돋아나는 나뭇잎, 다가오는 봄의 기억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물질적 삶』: 「별」
⠀ ⠀ ⠀ ⠀ ⠀ ⠀ 《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
절망에는 날개가 없다,
사랑에도 없다,
얼굴이 없어,
말하지 않는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보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 사랑과 절망만큼이나 잘 살아 있다.
- 폴 엘뤼아르, 「진실의 알몸」
“결국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환해지면, 모두 조용해지면 이전과 똑같아져. 더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지. 이 얘기를 너한테 하는 건 내가 떠나고 난 뒤에 네가 나를 기억했으면 해서야.”
-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중에서. 오늘은 뒤라스의 27주기.
<파리의 랑데부>는 ‘파리의..’라는 제목 때문에 여행 전 가장 먼저 보게 된 로메르의 영화인데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파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서(필립 가렐의 영화보다 배경을 좀 더 보여주는 느낌도 들고) 공간에 폭 빠져서 봤다. 파리 여행을 앞둔 상황에서 감사했고 재미없을 수가 없었음
얀 앙드레아의 『이런 사랑』에 나오는 뒤라스의 영화 <대서양의 남자> 극장 상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좋아한다.
“완전한 암흑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해요.
완전한 어둠. 영화는 검은색 필름이 돌아가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셈이었죠. 검정도 색채의 일종이었습니다.”
We are happy to announce the release of our Blu-Ray/DVD combo of the the 1985 film "Elle a passé tant d'heures sous les sunlights..." by Philippe Garrel featuring Garrel, Lou Castel, Jacques Bonnaffé, Anne Wiazemsky, Mireille Perrier, Chantal Akerman :
재영 책수선의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타계정에서 처음 트위터를 하던 당시부터 좋아한 계정주님의 책. “오래 살아남고 싶은 책이 있다면 (…) 역설적이게도 인기가 없는 책이 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방법이다.” 잠깐 보는 동안 몇 번이나 미소가 지어졌는지. 행복한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