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진실의 느낌입니다. 망각되는 일상 속에 잠깐이라도 진실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 서로의 삶이 있었다는 걸 느끼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일기를 공유합니다. 그것이 비록 이 미친 세상의 관음증과 나르시시즘의 일부로 타락할지라도 (...)"
“자기 언어,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건 힘겨운 투쟁이에요. 그래서 젊은 시절, 내 또래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나는 질투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나는 내 것을 할 수 있구나, 그런 시간을 가져서 다행이다, 그랬어요.”
"번역이라는 것은 어떤 선택인데, 원문에서 반드시 살려야 할 게 하나가 있는 거죠. 그게 어떤 때는 리듬일 수도 있고, 어순일 수도 있고, 어떤 기괴함이나 충격적인 느낌일 수도 있고, 또 심지어는 무의미일 수도 있죠. 반드시 의미를 우선적으로 살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김영준)
"당신이 만드는 것[예술 작품]이 인류 역사 속에 앞서 존재했던 모든 작품들과 완전히 다를 필요는 없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 당신의 독특한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어 작품을 보는 사람의 삶의 특정 순간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 일종의 ‘감각 수련’이다. 이 분류는 정확해야 한다. ‘너무 좋다’의 영역과 ‘너무 싫다’ 영역이 날카롭게 나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저냥 괜찮다’라든지 ‘어중간하게 별로다’는 안 된다. 받은 느낌 자체가 흐리터분하다면 과장을 섞어서라도 한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주변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음악만을 들으려 하는데 나는 어째서 주변의 풍부한 음악[교통 소음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그것이 음악의 시작이며 레코드야말로 음악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육 후이(Yuk Hui)의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하여On the Limit of Artificial Intelligence」를 번역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묻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초지능이라는 환상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지능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는 것은 가능한지 종으로 횡으로 묻습니다.
스크랴빈의 공감각주의 너무 재밌다..
스크랴빈의 음색이론에 따르면 빨간색(도)은 인간의 의지, 주황색(솔)은 창의적인 행동, 노란색(레)은 환희, 녹색(라)은 물질적, 보라색(도#, 레b)은 창조적인 영혼의 의지 등이 연상된다고 하는데 음악에 색이 보인다는 건 정말 신비로운 이야기야
이를 토대로 사본 사이의 관계를 그려 보면서 부수적인 사본을 제외하고 중요한 사본을 중심으로 현상황에서 원본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아키타입(archetype)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읽을 수 있게 된 대부분의 고대 문학 작품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데요."(이은수)
이브 클라인이 화가로서의 대중적 경력을 개시한 <이브의 회화Yves Peintures>(1954)라는 작은 아티스트 북에는 그의 작품들이 카탈로그 형식으로 실려 있는데 사실 이 작품들은 책 밖에서 실제로 그려진 적이 없고 이런 점에서 재미있는 것은 작품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들에 단위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픽션이라는 것이 논픽션, 그러니까 사실 바깥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 (...) 그런데 우리는 습관처럼 사실과 거짓, 픽션과 논픽션을 가른다. 참고 문헌을 통해 나는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거다. 사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가 못 보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마야 데렌하고 요나스 메카스하고 한판 붙은 이야기에 자꾸 관심이 가는데.. 데렌은 스스로 아마추어를 자청하면서도 영화의 구조적 · 개념적 측면을 중시한 반면, 메카스는 같은 흐름에 있어 즉흥적 · 표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그녀의 작품이 "인위적"인 "지적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폄하했다 함.
엔리오 모리코네가 참여했던 전위음악 그룹 일 그루포(Il Gruppo)의 1976년 음반 <Musica su Schemi>. 모리코네 본인이 수준급 플레이어였으며 그룹 멤버들도 체스 팬이었다고 함.. 이들은 실제로 음악의 주요 변수를 결정하는 데 체스를 활용(어떻게?)했다고 한다.
철학자 육 후이(Yuk Hui)가 자신의 저서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Art and Cosmotechnics』(2021)와 관련해 가진 인터뷰를 (야매)번역했습니다. 육 후이는 기술이 예술을 변화시켜 온 역사를 넘어 예술이 기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
'불신의 유예'라는 말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고.. 문학비평 용어지만 나는 우리의 세계이해가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전개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인식이든 부피(외양)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갔다가 돌아오는' 이런 이중부정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흔적을 지우는 특수한 형식
‘너무 좋다’고 생각한 것들엔 자신이 생각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이 있고, ‘너무 싫다’고 생각하는 것들엔 반드시 피하고 싶은 위험 요소가 있다는 걸. (..) 그의 말에 따르면,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아도 무엇이 좋고 나쁜지 구별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기준이 생기지 않는다."
강석희와 백남준의 관계 또는 평행이 궁금.. 이 둘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1968년으로, 강석희는 백남준에게 <응신 Nirmanakaya>이라는 작품을 헌정, 다음 해인 1969년에는 강석희가 주관한 '제1회 서울 현대음악 비엔날레'에서 백남준의 <컴포지션(Composition)>(中<피아노 위의 정사>)이 공연된다.
마야 데렌하고 요나스 메카스하고 한판 붙은 이야기에 자꾸 관심이 가는데.. 데렌은 스스로 아마추어를 자청하면서도 영화의 구조적 · 개념적 측면을 중시한 반면, 메카스는 같은 흐름에 있어 즉흥적 · 표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그녀의 작품이 "인위적"인 "지적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폄하했다 함.
"현대 디지털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의 감정을 지배계급의 이익에 맞춰 ‘조작’하고 ‘생산’해내는 데 특화된 체제라는 비판적인 지적은 널리 통용되고 있다. 앨피 본은 (...)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은 바로 “관계, 감정, 일상 그리고 사랑(애정)”의 “게임화”라고 주장한다."
"나는 영화를 만들어서 그 제작비를 회수해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감각을 갖고 작업하는 사람을 영화감독이라고 보고, (...) 제도 및 기관의 커미션을 받아 작업하지만 딱히 작품의 제작비를 회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본다."(유운성)
"저는 시가 가장 주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장 주관적인 것이 극치의 객관적인 것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가장 주관적인 순간에 ‘나’라는 존재를 ‘나’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 유일자이자 동일자로서의 ‘나’는 명명으로는 존재할 수는 있으나
자크 바르준의 일?침.. "아마추어 글쓰기가 [그림이나 음악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짓기 행위를 그 자체만으로 즐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원고 읽기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편집자와 출판사가 이를 견디기 위해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은 악명 높다."
이상하게 예술 분야에서 자기들끼리(혹은 혼자서) 둥게둥게 하는 걸 보노라면 분명 당사자들에게는 소중하고 필요한 경험이라는 걸 알면서도 역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뭐랄까 디깅의 핵심은 양이나 시간이 아니라 언제나 (모르는) 외부가 있다는 믿음과 그 리추얼처럼 느껴짐.. 윤리에는 미만하는
에릭 살바지오(Eryk Salvaggio)의 커크 피어슨 인터뷰를 야매 번역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전기(공학). 생성성. 노이즈. 루핑. 창조적 오용. 로컬리티/커뮤니티. 교육. 권력과 통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품을 쓸 때 꼭 필요하지 않다면, 싸움 장면은 넣을 필요가 없다. (..) 수많은 어설픈 작품들의 뒤를 따르게 될 뿐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전개를 위해 인물들이 반드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여느 장면과 마찬가지로 싸움 장면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마야 데렌의 「아마추어 대 프로」(1959), 「도둑과 방아쇠」(1961) 두 편의 글을 야매번역하였습니다. 후자의 글은 요나스 메카스와의 논쟁 중에 쓰인 것으로, 데렌의 방법론과 '아마추어'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