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어떡해. 다시 현실이야. 여기 나와 묶여버린 현실.
- 묶인 거 아니야, 선택한 거지.
- 과거로 돌아가서 다 바꾸고 싶은 거 아니었어?
- 아니야. 난 다시 돌아가더라도 여기, 우리의 달에 사는 걸 선택할 거야.
- 달에 간다는 거, 꿈인 줄 알았더니 현실이더라고.
- 할머니, 저희 이건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요. 할머니는 저희가 부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한텐 정분이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뭐랄까, 내외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 내외? 아이구, 당신이 날 얼마나 쫓아다닌 사람인데! 내외 좋습니다!
- 좋으시다니 다행이네요.
- 그럼 우리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게 뭐가 있을까?
- 너. 너는 내 '영감'이라고 부를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 될 때까지,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니까.
- 좋다, 네 영감. 그럼 넌?
- 나? 선희. 좋을 선에 기쁠 희. 선희! 앞으로 좋은 일 기쁜 일만 가득할 거니까!
- 좋다, 꼭 써니 같다!
- 넌 분명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될 거야!
- 정말?
- 그럼!
- 그럼 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여성복을 만들어야지!
- 양장점도 차리고!
- 해외에 수출도 하고!
- 수출 역군이 되는 거지!
- 그럼 내가 너 공부 시켜줄게! 가방끈 길어지게!
- 그럼 나 나사에 들어갈래! 어쩌면 달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 할머니, 저 혼자 나갈 거예요. 우리 이러면 안 돼요. 우리 내외하기로 했잖아요!
- 이거 차고 나가. 여기 안에 집주소 들었어. 혹시라도 집주소가 생각 안 나거든...
- 집주소가 왜 생각이 안 나요?
- 여긴 미래잖아? 헷갈릴 수도 있지.
-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여기가 진짜 미래라면 여기 할머니 말고 정분이가 있어야죠! 그렇게 똑똑하고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정분이가... 할머니, 설마 정분이가 이 세상에 없는 건가요? 그런 거군요! 네, 맞아요. 정분이가 있었다면 제가 그런 정분이를 두고 할머니랑 결혼을 했을 리가 없어요!
-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어떡해. 다시 현실이야. 여기 나와 묶여버린 현실.
- 묶인 거 아니야, 선택한 거지.
- 과거로 돌아가서 다 바꾸고 싶은 거 아니었어?
- 아니야. 난 다시 돌아가더라도 여기, 우리의 달에 사는 걸 선택할 거야.
- 달에 간다는 거, 꿈인 줄 알았더니 현실이더라고.
- 너 날아갈 거야? 나만 두고?
- 내가 가긴 어딜 가!
- 아니, 갈 거면 같이 가자고!
- 어디 가려는 건 너잖아.
- 뭐? 복장학원 시험 본 거? 그거 떨어졌는데 뭐...
- 아직 모르지!
- 내일이 시작이고 시작할 때 없으면 합격 취소야. 근데 아직까지 연락 안 왔지? 나 떨어진 거야.
-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어떡해. 다시 현실이야. 여기 나와 묶여버린 현실.
- 묶인 거 아니야, 선택한 거지.
- 과거로 돌아가서 다 바꾸고 싶은 거 아니었어?
- 아니야. 난 다시 돌아가더라도 여기, 우리의 달에 사는 걸 선택할 거야.
- 달에 간다는 거, 꿈인 줄 알았더니 현실이더라고.
- 정분아, 나 안 가. 네가 여기 남겠다면 나도 남을 거야.
- 그러지 마!
- 이게 내 선택이야.
- 가! 내 짐은 나 혼자서도 질 수 있어.
- 알아. 너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거. 근데 나 지키고 싶어.
- 지켜줄 필요 없어!
- 널 지키겠다는 게 아냐. 우리, 우리가 함께할 삶, 나 그거 지키고 싶어.
- 할머니는 정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 뭔데?
- 컵케이크.
- 컵케이크? 단 거 안 좋아하는데.
- 정분이는 사실 컵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미군 부대에 있을 때 가져온 잡지에서 그걸 봤는데 정분이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나봐. 그걸 오려서 갖고 다닐 정도였어요.
- 미래에서 꼭 알아가야 할 게 있다면?
- 로또 번호?
- 그게 뭐예요?
- 그게 뭐예요?
- 그걸 알면 부자가 될 수 있어.
- 그걸로 디자인도 배우고, 양장점도 열고
- 그걸 다 할 수 있어요?
- 그럼!
- 그럼 정분이도
- 마음껏 공부 시켜줄 수 있어!
- 그럼!
- 어쩌면 달에도 보내줄 수 있을지 몰라!
진짜 멋지다! 남원아, 저기에 넓은 세상이 있어. 남원아, 너도 알지? 내가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지? 근데 왜 난 현실적인 꿈을 못 꿀까? 다른 여자들처럼 공장에 취직하겠다거나, 현모양처가 되겠다거나,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거나! 그런 꿈을 꿨으면 내 자신이 이렇게 작게 느껴지지 않았을텐데.
- 나 오다가 들었어. 아저씨... 새벽에 사고 나셨다며.
- 맞아, 이제 아버지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신대. 그런 아버지를 두고 혼자 갈 수가 없었어. 미안해. 내가 너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너라도 가. 차를 구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 정분아, 나 안 가. 네가 여기 남겠다면 나도 남을 거야.
- 넌 분명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될 거야!
- 정말?
- 그럼!
- 그럼 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여성복을 만들어야지!
- 양장점도 차리고!
- 해외에 수출도 하고!
- 수출 역군이 되는 거지!
- 그럼 내가 너 공부 시켜줄게! 가방끈 길어지게!
- 그럼 나 나사에 들어갈래! 어쩌면 달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 말도 안 돼! 우리 동네 최고의 수선쟁이 추남원인데!
-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지.
- 그 사람들 눈이 삔 거야! 아님 뭔가 착오가 있거나. 편지를 쓰자! 아냐, 읍내에 나가서 전화를 하는 게 낫겠다.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돼.
- 정분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 나 네 편 들어준 거 아니야!
진짜 멋지다! 남원아, 저기에 넓은 세상이 있어. 남원아, 너도 알지? 내가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지? 근데 왜 난 현실적인 꿈을 못 꿀까? 다른 여자들처럼 공장에 취직하겠다거나, 현모양처가 되겠다거나,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거나! 그런 꿈을 꿨으면 내 자신이 이렇게 작게 느껴지지 않았을텐데.
- 정분아, 나 안 가. 네가 여기 남겠다면 나도 남을 거야.
- 그러지 마!
- 이게 내 선택이야.
- 가! 내 짐은 나 혼자서도 질 수 있어.
- 알아. 너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거. 근데 나 지키고 싶어.
- 지켜줄 필요 없어!
- 널 지키겠다는 게 아냐. 우리, 우리가 함께할 삶, 나 그거 지키고 싶어.
- 정분이는 온다, 정분이는 온다... 만약 안 오면 어떡하지? 마음이 바뀌었으면? 아냐, 정분이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꼭 올 거야. 정분아, 가자. 늦겠다!
- 아니, 나 안 가. 마음이 바뀌었어. 같이 가면 고생만 할 거야. 아버지가 좋은 혼처도 알아봐주신대. 무슨 말인지 알지? 너 혼자 가.
- 너 날아갈 거야? 나만 두고?
- 내가 가긴 어딜 가!
- 아니, 갈 거면 같이 가자고!
- 어디 가려는 건 너잖아.
- 뭐? 복장학원 시험 본 거? 그거 떨어졌는데 뭐...
- 아직 모르지!
- 내일이 시작이고 시작할 때 없으면 합격 취소야. 근데 아직까지 연락 안 왔지? 나 떨어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