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식은 복숭아! 씨 빼내고 안에 요거트 채워서 30분 얼려두었다가 그래놀라랑 같이 먹으면 최고의 여름 간식이 된다. 끈적이는 메이플시럽 뚜껑을 못 열어서 바닐라시럽을 뿌려먹었는데 그래도 맛있다. 읽을 책은 조해진 <환한 숨>. 요즘 장편만 내리 몇 권을 읽어서 쉬어갈 타이밍.
박연준 <고요한 포옹>
작년 여름에 읽은 소설 <여름과 루비> 의 문장들에서 느낀 친밀감을 이번 산문집에서도 느꼈다. 어쩐지 귀엽다는 인상도 추가.. 거창한 인생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삶이 아닌, 옳은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좋은 어른의 삶이 문장 문장에 묻어있어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성해나 <빛을 걷으면 빛> 요근래 읽은 단편집 중 가장 감탄하면서 읽었다. 뻔할 수도 있지만 마음 쓰이고 이마를 짚게 만드는 이야기들. 이야기의 전개와 맺음이 너무 좋아서 처음부터 이야기 틀을 만들어두고 썼을까, 쓰면서 생긴걸까 궁금했다. 단편마다 두어 명의 등장인물은 어찌보면 닮았고
정세랑 작가 팬인데 여행 에세이도 좋아한다? 무조건 읽으세요… 겹치는 여행지에서 내가 받았던 그 도시의 인상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반갑고 즐거웠다. 에세이 마저 너무 재밌고 귀엽다. 그리고 이걸 보고 이런 이슈를 생각을 한다고? 싶을 정도로 사회 전반에 관심이 많으심
최은영 <애쓰지 않아도> 짧은 글들인데 상처를 헤집었다가 보듬는 과정이 나와 자꾸 마음 쓰게 만들었다. 독서회 친구들에게 이 책 읽다가 댐 방류처럼 마음이 축축해졌다고 말할 정도로. 친구와 가족과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받은 고통에서 애쓰지 않아도 다시 나아지는 과정의 이야기들.
권여선 <각각의 계절>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며 리뷰하는 책의 제목이 각각의 계절이라니 조금 뻔해보이지만 이만큼 적당한 제목도 없다. 생애 어떤 시기를 회상해볼 때, 그 때의 나는 어떤 힘으로 이겨내거나 이겨내지 못 해 지금의 나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각각의 단편의 화자들이 말한다.
8월이 끝나기 전에 책구매.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또 늘어서 구매를 자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살 건 사야지. 드디어 정세랑 신작 <아라의 소설>, 김숨 단편집 <국수>, 거의 필독서(?)가 되어버린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김혜리 기자 <묘사하는 마음>. 휴가 때 읽을 책을 챙겨야겠다.
수 개월 간 같이 읽은 박완서의 소설들. 세태의 흐름에 따라 현실이 점점 더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맵다 못 해 통각이 느껴질 정도. 세태소설 읽기 지친다해도 이 박완서 식 매운맛은 또 생각나지 않을까. 소설 세 편 다섯권과 마지막으로 산문집까지. 어쩌다독서회 박완서 분기 무사히 완료.
2020년에는 약 50권의 책을 읽었고, 즐거운 독서 경험이 유난히 많았다. 유레카의 순간은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과 한정현 <소녀 연예인 이보나> 두 권. 언제나 사랑하는 정세랑,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이 나와서 행복했고, 어른이 되어 접한 청소년문학은 새롭지만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성해나 <두고 온 여름>
무엇보다 이렇게 빨리 장편을 만날 수 있단 사실만으로 읽기 전부터 들떴고, 이 책이 어떤 이야기든 성해나가 쓴 글을 좋아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기하와 재하, 같이 보낸 시간에 대해 조금 다른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와 감정이 이어질 듯 끊기고 다시 교차한다.
미국에서, 미국에 다녀와서 산 3월 책. 카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문지사 <소설 보다 봄> 올해 디자인이 더 좋아요.., 이렇게 빨리 내주실 줄 몰랐는데 너무 기대되는 성해나 첫 장편 <두고 온 여름>, 목정원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 이 책은 펼치자마자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성수 <희릿> 미리 예약하고 가서 아주 편하게 먹을 수 있었음. 사람 많은 곳에서의 외식이 너무 오랜만이라 좀 떨렸는데 외부의 스터디룸 같은(?) 별채가 좋았다. 전반적으로 짭짤해서 맥주랑 먹기 좋았음! 난 뇨끼가 제일 맛있었는데 느끼할 뻔한 소스에 잘게 썰린 샐러리가 향긋했다.
5월 추가 책구매. 천선란 <이끼숲> 작가의 단편들도 좋지만 장편 <천 개의 파랑>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연작소설도 궁금하다. 권여선 <각각의 계절> 앤솔로지로만 만나다 오랜만에 하나로 묶은 신간! 이주란 <별 일은 없고요?> 아아 이주란 작가 책은 마음 떠껀해지고 싶을 때 아껴 읽어야지..
속초 루루흐. 더운 날 땀흘리며 골목골목 걸어 찾아갔다. 들어가자마자 넓은 공간 배치와 곳곳의 식물들에 마음을 뺏겼다. 드립커피 속 얼음이 잔에 덜그럭 챙챙거리는 소리와 내 작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사람들이 소근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공간에 있던 시간이 여름 내내 생각날 것 같다.
김금희 <식물적 낙관>
최근에 사무실 동료가 식물을 왜 키우냐 물었고, 바라보기에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내가 책임져야할 존재가 주는 기쁨때문이라 대답했다. 에세이 속 식물마다 함께하게 된 이유, 좋아하는 이유 같은 것들을 애정 가득 담아 쓴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한 것도
2021년에도 50권이 조금 넘는 책을 읽었다. 가장 감탄스러운 독서 경험은 아무래도 독서회 친구들과 읽은 인도 여성 작가 3명의 책. <저지대> <작은 것들의 신>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우연히 시작됐지만 만족감도 높고 너무 즐거웠던 세계 여성 작가들 책 읽기.
<맡겨진 소녀> 클레이 키건
공항에서 급히 골라 산 책. 푸켓 해변에서 읽다가 마지막에 별안간 눈물 줄줄 흘리며 흐느끼는 사람 됐다. 저 얇은 중단편의 분량으로도 감정이 몰아치는 글을 쓴 작가도,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로 한 출판사도 멋지다. 키건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10월 책구매.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랜드스탠딩>,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그리고 신형철 <인생의 역사>. 기대하고 산 책들도 있고, 어떤 글일지 궁금해서 산 책도 있고.. 그나저나 신형철 평론가 책은 한 덩이 자체가 무슨 작품 같음;;
2022년도 50권 조금 넘게 책을 읽었다. 한국 작가들의 단편집도 많이 읽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비슷한 이야기들에 질린 시기엔 외국의 장편소설도 꽤 읽은 한 해였다. 기억에 남는건 <킨> 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그리고 <파친코>
부랴부랴 쭉쭉 읽어낸 정세랑 작가 <시선으로부터,> 역시 너무 재밌어서 발 동동거림. 다양한 세대, 성격의 여자들 이야기는 재미있고 공감이 갈 수 밖에. 심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지들인 가족들이 심시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하와이에 가고 싶어.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 구매할 책을 정하지 않고 가서 우연히 마주친 책들을 사다보니 꽤 무겁게 여러 권 샀다. 사고 보니 책등 색이 무지개. 책을 만드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들떠서 즐기는 일이 이 행사의 목적이었을텐데 올해 내 마음은 조금 어수선했다.
주말에 읽은 책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 드레스덴 폭격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 결국엔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는 이야기. 상실한 것이 그저 존재일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