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ore.
@DIST0RTED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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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날아갈 것이다.
@VOLARE___V1A, Uccello in volo
Joined October 2025
지옥은 신의 부재라던가. 죄명을 붙이자면 배신이 잘 어울리겠어. 네, 저는 그리 불리길 원합니다. 네, 네. 제 이름은 판나코타 푸고. 아하하. 네, 배신자 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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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신자는 지옥에 간다지요. 네, 지옥. 끝도 없는 바닥까지요! 어쩌면 저의 육신은 지옥에 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없을 것 같던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내 행방조차도 제대로 분간해 내지 못하곤 피아노 건반 위로 맥없는 몸을 미끄러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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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그만두면당신의얼굴도목소리도모든것을잊어버리지않을까무서웠다불안이범람하면나는눈을감고당신을몇번이고생각하며숨을조여왔다웃는얼굴밝은목소리나의작은투정에잇따른작은웃음소리고민에빠진눈동자헤엄치는두팔소리치던그큰목소리그리고비어버린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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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매여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당신이 쉽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거든요. 몇 번이고 떠올리고는 해요. 그런데 있죠, 그게 싫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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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든 순간이 지옥과도 같아. 나는 지금 어디쯤 떨어졌을지 낡은 책 표지를 더듬어 가늠한다. 때는 아침 녘이었고, 닭도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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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인 단테는 지옥을 여러 겹으로 나눴다. 그리 깊은 구렁텅이엔 무엇이 있을까. 제 의인을 버린 눈먼 배신자는 이제 심판의 입에 놓여 영원을 헤아린다. 그 아득한 지하엔 배신자들이 모여 산다. 그 층은 너무도 외롭다. 최하층은 너무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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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을 하지 못한 허수아비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깃들지 생각하자면 속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어지럽다. 파수해 내지 못한 책임에는 늘상 경멸과 어울리지 않는 농조가 섞여 다들 이를 일컫기를 비겁하다고들 하고 나는 오늘도 두 눈을 떠버렸으나 사지가 결박된 것처럼 미동조차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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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긴 종이 위의 주름처럼 깨어져 길게 난 길을 정처없이 걷다 문득 네 생각이 나 누구도 묻지 않은 시시한 무사와 닿을 곳 없는 걱정 담아 전서 보낸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한 마리의 새도 날아가지 않고 모두 날개를 고이 접은 채 눈을 감는다 창공은 오늘 유달리도 고요했다 그렇게 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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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맞지 않아요. 판단이고 뭐고 허울 좋게 떠들어도 죽음은 그렇게 숭고하지 않아! 명줄이 시드는 꼴을 수도 없이 본 나머지 미치기라도 하신 겁니까? 남겨진 쪽이 좋을 대로 저울질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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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은 무얼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죠? 어떻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황야에 몸을 내던지는 거야? 위험 앞에 우리는 암흑 속에서 헤매는 부랑자에 불과한데, 꿈이라 한들 무슨 상관이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 기억이 무슨 의미가 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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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를 배신자라 부르지 말아줬으면 해요. 그리고⋯⋯. 날이 많이 춥습니다. 당신의 기온과 저의 기온은 많이 다르겠지만. 눈사태처럼 무너진 신뢰를 쌓기엔 제가 한 걸음, 더 가야겠죠. 그런 용기는 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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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 또한 나를 갉아먹는 추억의 일부가 되어 바스러지겠죠, 부차라티. 무사를 빌고 싶었지만 제가 떳떳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는 만큼이나⋯ ⋯ ⋯아니, 그럴 수 없는 만큼이나. 그러니 당신이 차라리 나를 미워했으면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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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질겨. 혈연보다도 질긴 것이 계속 이어지는 운명이야. 우리가 살아있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그때라면 무너진 네 신뢰를 다시금 쌓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면 해. 그래, 그때 너를 보기를 빌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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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딛고 있는 길에 후회하지 마라. 그게 네 「옳다」고 생각한 길이겠지. 다시금 떠올려라 푸고. 공포에 숨어들지 마. 우리와 다르게 너는 떳떳한 채로 살아갈 수 있어. 네 말대로 너는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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