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으로 황제 성현제에게 코꿰여 결혼한 한유진... 늘 당신은 그 미모 때문에 받아준거지, 아니었으면 국물도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전쟁에 출전한 뒤로 자길 찾아오지도 않고... 어디계시냐 물으면 맨날 다른 궁에 있다는 이야기만 들려오는 거임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다른 후궁을 들였나?
아니, 그렇다 해도 이렇게 태도를 바꿔?
난 아무리 황제의 얼굴이 못나져도 성격만 모나지지 않으면 곁에 둘 생각이었는데! 찻잔을 얼마나 세게 내려두었는지, 멀리있던 새가 날아갈 정도였음.
"가자."
"어디로 뫼실까요, 전하?"
"폐하께 가봐야겠다."
"지금은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셨는데..."
"내가 책임지마. 기껏 해야 이 하찮은 것의 목숨이나 가져가시겠지."
"전하!"
"일단 가자."
그렇게 도착한 궁 앞에서는 당연히 병사들이 그를 막아섰음. 아무도 들이지 말라하신 것은 물론이요, 특히 전하의 출입은 엄금하라 하셨다나. 한유진이 이를 꽉, 깨물었음.
"안에는 폐하만 계신게냐?"
"예."
"그럼 열어라."
"허나..."
"내가 책임지마."
"안 됩니다.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입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 안에서 한 호위무사가 나와 한유진을 안으로 들였음. 폐하께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나, 뭐래나.
'이유가 뭔지나 들어보자.'
차라리 애첩이 생긴거면 포기할테니 말하던가!
침소에 들어가려 하니 이번에는 또 막아섰음.
"들어가는 건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뭐라?"
"들어오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황제가 드디어 미친 걸까? 아니면 내가 질투에 미쳐 자길 죽일까봐서 이러는 건가. 한유진이 문을 노려보다가 인사부터 올렸음.
"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안 돼."
좀... 뭐라고 해야 할까. 울적해보이는 목소리였음. 눈을 세모꼴로 뜨고있던 한유진이 호위무사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하고 슬쩍 문을 열었음.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폐하."
"황제의 명이 우습게 보이는 건가?"
"뭣하면 목숨이라도 가져가시던가요."
"......"
배째. 당당하게 문을 열었음.
그 안에는... 얼굴을 베일로 가린 성현제가 고운 자태로 앉아 있었음. 팔다리 다 멀쩡하고. 어디 하나 부러진 것 같지도 않은데.
"이제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셨습니까?"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제게 화라도 나셨습니까?"
"아니."
"아, 그럼 뭔데 대체."
성현제가 가라며 손짓했음.
나를, 그냥 손짓 하나로 보내려고 해? 어이가 없네.
"그리고 왜 계속 얼굴을 감추는 겁니까. 당신 봐줄만한 건 얼굴밖에 없..."
그 말에 성현제의 어깨가 축 내려갔음. 뭐야.
"얼굴이라도 보면 가겠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이쪽은 보지도 않고 있었음. 오호라. 이것 보게.
"얼굴 좀 보자니까요!"
둘이 입궁 전부터 알던 사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음. 한유진이 이불을 덮은 채 청승을 떨고있는 남자의 턱을 붙들었음.
"안 돼, 유진아. 나중에."
"내 얼굴 봤으니까, 저도 폐하의 얼굴을 봐야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기어코 베일을 넘기자 긴 자상이 그어진 얼, 굴이.
"누가 여길 다쳐오래!"
화를 내니 냉큼 또 얼굴을 베일 안으로 감추었음. 아니, 나참 정말. 입술을 파르르 떨던 한유진이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이유를 깨달았음. 내가 얼굴 타령을 해서 그렇구나!
"...치료는 제대로 했는지 봐야겠습니다."
"안 봐도 돼."
"됐으니까 고개 돌려요.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