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이 아쉬운 맘으로 인사하고서 집으로 돌아갔음. 바보같은 한유진 그게 지옥의 열성팬인줄도 모르고.
' 이사 한다더니 여기로 이사오는 거였군. '
회사에서도 보곤 하는 그 스트리머 유진이 제 옆집으로 이사오다니. 닉네임 세인트, 코어 팬 중의 코어 팬인 성현제는 얼마전에 배운
[ 허니 ㅎㅇ ]
[ 허니님 생방이다!! ]
[ ^^ ]
게임을 하던 중 한 엔피씨가 한유진만 보면 자꾸 허니라고 불러대서 그 때부터 생겨난 별명이었음. 한유진이 키득거리다가 이사 끝난 기념으로 오늘만 먹방 찍어보겠다며 방제를 먹방 겸 노가리, 로 바꾸었음.
" 이사한 날에는 짜장면 먹어줘야죠. "
걱정스럽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들 해보라는데 또 안 하는 것도 아까웠음. 한유진이 하는 수없이 항아리 게임을 다운 받고 실행을 눌렀지.
[배달 오기 전에 깨면 10만원 쾌척]
" 진짜죠? 아~ 10만원 미리 감사합니다. "
게임을 틀고 한유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위로 올라갔음.
" 감사합니다~ "
그리고 5분 뒤. 한유진의 입매가 점점 굳어갔음.
" 아악! 또! 떨어졌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니 극대노]
[아까는 할 만 하다면서]
" 할 만은 해요, 할 만은! 한! 데! "
[스타카토 분노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니 키보드 오늘 경락 마사지 받네]
그래도 점점 끝이 보이긴 했음.
" 오, 오! 이제 조금만! 조금만...! 어. "
한유진의 망치가 바위에 닿은 순간 남자가 항아리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음. 배달을 시킨 지 30분 정도 지났고, 평소 배달 시간을 볼 때 슬슬 도착할 텐데...
' 아, 어떡하지. '
곰곰히 생각하던 한유진이 잠시만 기다려 보라며 밖으로 나갔음.
집 밖으로 나가 옆집으로 향한 한유진이 머뭇거리며 옆집 초인종을 눌렀음. 그러자 바로 문이 열렸지. 문이 열릴 줄은 몰랐던 한유진이 잠시 뒤로 물러났음.
" 무슨 볼일이십니까? "
" 혹시 시간 좀 있으세요? "
" 시간이요? "
" 네, 그게, 제가 스트리머인데... "
한유진의 설명을 들은 남자가
게임을 깨주면 5만원을 나눠주겠단 한유진의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음
" 좋습니다 "
" 정말요? 다행이다. 저희집으로 가요. "
성현제가 한유진이 보지 못하도록 입을 가렸음. 아니 이런 기회가 찾아오다니. 성현제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
' 원래 착한 사람에게 복이 오는 법이지. '
그... 그다지? 한유진의 웃는 얼굴에 금이 갔음. 성현제 얼굴 위에 씌워둔 토끼 가면을 보며 한유진이 애매하게 웃었음.
" 어떻게 하는지는 아세요? "
" 음. "
몇 번 떨어지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던 남자가 웃으며 그를 바라봤음.
" 5만원말고 다른 부탁도 되나? "
" 아, 네. "
" 그럼. "
배달 도착가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남자가 깨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유진은 계속 응원했음. 10만원이야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아쉬운 정도였으니까.
" 어, 어어? "
[뭐임???????]
[1분도 안 걸리지 않았나ㅁㅊㄸ ㅁㅊㅇ]
[목소리 좋은 총각이 게임두 잘 허내]
[너튜브각이다]
근데 저 남자가 1분만에 항아리 게임을 깰 줄은 몰랐지.
" 아니, 게임 자주 안 하신다면서요. "
" 자주 하진 않지. "
" 와... "
자기도 모르게 재수없다고 할 뻔한 한유진이 입을 다물었음. 그리고 타이밍 좋게 초인종이 울렸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음번에 술 한 번 마시자며 한유진의
어깨를 붙잡았음. 제 어깨가 가려질 듯 커다란 손을 보다가 한유진이 그러자며 답했음. 진짜 잘생기긴 했다. 제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는 한유진을 보며 남자가 웃었음.
" 배달 받으러 가야지. "
" 아, 맞, 맞다. "
[허니 또 몸좋은 사람한테 홀렸네 홀렸어]
[형 안 돼]
[몸 진짜 좋다]
" 근데 이름이 뭐예요? "
" 성현제라네. "
" 전 한유진이요. 오늘 진짜 감사했어요... "
" 대신 오늘 약속은 잊지 말게나. "
" 당연하죠. "
한유진이 문을 닫았음. 어우, 배우인가 혹시? 아님 배우 지망생? 사람들이 봤으면 난리났겠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지원군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었음.
[지원군 누구예요?? 친구?]
[이상한 사람 집에 들이지마]
"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옆집 사는 사람이에요. 제가 부탁했더니 와주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어우. "
[양봉업자 님이 100000 원 후원하셨습니다]
[허니 게임 깬 거 ㅊㅊ]
" 양봉업자님 감사합니다. 맛있는 거 사먹을 게요~ "
어느날은 한유진이 거의 처음으로 FPS 온라인 게임을 시도해봤을 때였지. 배그에서 첫 판에 치킨을 먹으면 20만원을 쏘겠다는 말에 한유진이 열의를 불태웠음.
" 치킨 먹기 힘들어요? "
[케바케인듯]
[오늘은 지원군 안 불러요??]
[지원군ㅋㅋㅋㅋ]
" 에이, 오늘 또 부르면 좀 그렇죠. "
한유진이 듀오를 돌렸고, 같은 팀이 된 건 모르는 외국인이었음.
" 뭐야, 나 영어 모르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시작부터 외국인이얔ㅋㅋ]
[두유 노 킴치?]
[두유 노 허니?]
[-----뇌절 방지선------]
[두유 노 세성?]
시청자들이 장난을 치는 와중에도 한유진의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갔음. 헬로밖에 못 알아 듣겠는 팀 보이스를 들으며 한유진이 외국인이 찍어놓은 알 수 없는 장소를 바라봤음.
" 오, 건물 커다랗네요. 좋다. "
[아냐 안 좋아....]
[응 응 좋지 총 맞기 딱 좋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안 좋아요? 어떻게 하지. 헤이. 여기 노노. "
" 원래 인생은 혼자서 살아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에요. "
한유진이 그렇게 말하며 요상한 곳에 떨어졌음. 여기가 어디지. 멍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한유진은 일단 후라이팬부터 주워들었음.
" 이걸로 총알 막아져요? "
[ㅇㅇ막아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래요? 신기하다. "
허허벌판에서 시작하게 된 한유진을 향해 어떤 차 하나가 달려왔음. 한유진이 다급하게 후라이팬을 치켜드니 사람들이 [ㅋㅋㅋㅋㅋ]를 연발하며 웃었음. 여기에서 죽는 건가. 한유진이 어디 총이라도 없아 살피며 일단 바위 뒤로 숨었음.
" 쏘지마! 나 민간인이야! "
[민간인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차에 타있는 남자가 한유진을 쏘지 않고 자꾸만 차로 지나가기만 했음. 심지어 한유진이 숨어있는 바위로 다가와 정차하기까지 했지.
" 타라는 거야 뭐야. 후라이팬으로는 차 못 부수나? "
[왜 부숴 민간인이라몈ㅋㅋㅋ]
[민간인이지만 차는 부수고 싶어]
" 일단 타볼게요. 뭐지? "
차에 타자 상대가 차를 몰아 흰색 원 안으로 들어갔음. 심지어 차에서 내린 뒤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총이며, 조끼며, 헬맷까지 넘겨줬지.
" 시청자분이세요? "
[시청자버스 승차감 좋네]
[ㅇㅈ]
" 어유, 감사해서 어떡하죠. 감사합니다. "
한유진이 풀셋을 착용하고 시청자와 듀오 아닌 듀오를
결성했음. 어느새 반이상 줄어든 생존자 수를 보며 한유진이 치킨에 대한 의지를 굳혔지. 한유진이 감사의 의미로 시청자를 향해 폴짝폴짝 점프를 했음.
" 감사! 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 진짜 웃기다 오늘도 너튜브각이네]
[너하~]
[ㄶ~]
한유진과 시청자는 원 중심에 있는 집에
숨었음. 한유진의 절박함이 통했는지 다행히 별 탈 없이 생존자 수는 열 명 대로 줄어들었음.
" 이제 다 숨었나 본데... "
시청자도 그걸 느꼈는지 연막탄을 터트리고 집에서 뛰어내렸음. 한유진이 두 명, 시청자가 네 명, 이제 치킨까지 남은 건 3명이었지.
[오 첫판 치킨각]
한유진이 근처에서 저벅이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곧바로 총을 조준했고, 때마침 시청자도 한 명을 잡아냈음. 이제 남은 건 한 명. 시청자 분이었음.
" 오늘의 아군은 내일의 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니 인성 와]
[귀여우니까 괜찮음]
[예쁘면 다냐? 어 다네]
한유진이 총구를 겨누자 시청자가 자기 발 밑에 수류탄을 터트렸고, 그대로 한유진의 승리가 되었음. 20만원을 받은 한유진은 즐겁게 방종했고 어제 편집한 영상을 너튜브에 올렸지.
[항아리 게임 세계 신기록 갱신 47초 컷]
어그로라는 어그로는 다 담아놓은 어그로의 정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