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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9j8MLZhn9Jx2y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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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가난하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확신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걸어야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책을 사지 않으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삶이 힘겨워 음악을 사치라고 여기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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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오늘 새로운 직장으로 첫 출근을 한다. 여전히 경비원이지만 아파트 경비원과는 다른 세상이라 조금은 설레고 그만큼 걱정도 있다. 60이 넘어서도 여전히 삶은 서툴고 더듬거린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마도 나는 서툰 채 삶을 지날 것이다. 새로운 새벽을 맞이한다. 아내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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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마트에서 단정한 옷차림과 깔끔한 외모의 중년 여성이 아내에게 웃으며 아는척을 함, 아내는 선뜻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옆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남자가 "제 아내가 정신이 맑지 못합니다"그런다. 아내를 저렇게 단정하게 하고 함께 마트에 온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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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동안 트윗이 큰 힘이 되었다. 트윗이 아니면 누가 새벽의 중얼거림을 늘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겠는가. 한숨 섞인 푸념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에게 경비원 생활은 노후의 소일거리가 아니다. 그것이 내 삶이다. 경비원으로 산다 아파트 경비원 2년의 소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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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휴대폰 밧데리가 너무 빨리 소모되서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61일동안 한 번도 껐다가 켜주지 않아서 그런단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껐다 켜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하니 신기하게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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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새벽 경비실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따뜻한 물을 마시며 24시간을 보낼 책상을 정리한다. 이른 새벽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보며 어떤 삶의 눈물겨움과 엄숙함을 생각한다. 생명은 끝없이 움직이며 또 하루를 만들어 간다. 하찮은 삶은 없다. 살아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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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1 months
예전에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고 있는데 가끔 대화를 나누는 사무실 동네 여성분이 내 밥값을 계산하고 나간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고 힘들게 일하는데 남편은 한량, 그런데도 원망이나 한숨을 듣지 못했다. 밥값을 돌려주려는 내게 "제가 한 번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품위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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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오늘은 봉급날이다. 수령액 214만원은 한 달 동안 할 일이 있는 사람으로 살았다는 확인이며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서 삶의 우울을 다스린 것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인다. 단순한 일이 쉬운 일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이제 또 새로운 한 달을 위해 빗자루를 든다. 아내의 사랑 가득한 간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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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아버지께서 93세를 일기로 14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6.25참전 용사로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으셨고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주셨던 아버지는 노력으로 운명을 개척하셨던 거인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세상을 사랑하셨던 분이었고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을 간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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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단순하게 산다. 술, 담배, 커피, TV, 영화 없는 세상을 산다. 어쩌다보니 그렇다. 자주 통화하는 친구에게도 가정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마음 깊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아는 사람의 삶이 궁금하지 않다. "기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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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해마다 아파트 경비원은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월급이 오를까 관심을 집중한다. 근무하던 아파트는 경비원 휴게시간을 30분 늘려서 수령액을 동결했다고, 반면에 관리소장과 사무실 근무자들은 인상했단다. 이 사회가 상대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다. 그것은 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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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8 months
다시는 어제로 돌아가지 못한다. 어제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꿈이 되었다. 아침에 아내의 얼굴이 눈물 범벅이었다. 본가에 가서 일을 했다. 아내를 설득했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이제 살 것 같다고 했다.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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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9 months
내가 입사할 때 상사였던 분이 전화를 했다.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남자 평균 수명을 더 살았으니 삶에 미련은 없다고. 가끔 전화해도 되냐는 말에 진한 외로움이 묻어났다. 결국은 누구나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나는 이미 반복 이외의 어떤 기쁨에 대한 기대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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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장모님과 8년을 함께 살았다. 바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셨다. 그러다 많이 아프셨고 아들이 모시러왔을 때, 내가 모시겠다고 했다. 딸을 알아보지 못하실 때도 사위인 나는 알아 보셨다. 언 땅에 장모님을 묻으며 불효의 회한도 함께 묻었다. 장례식 끝나고 아내가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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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의사 친구가 40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본인이 백혈병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관련 책을 사서 읽다가 덮었다고 했다. 설익은 지식으로 의사의 치료를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그리고 서울로 가지 않고 모교 병원에서 완치. 친구가 하는 말이 설익은 지식이 제일 무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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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가난할 때 세상을 사랑한 사람만이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약자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글을 기억한다. 가난을 저주와 극복의 대상으로만 받아들인 사람이 부자가 되면 가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은 얼마나 좋은 혐오와 배척의 이유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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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오랜만에 큰아들을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잘 웃고 잘 먹는다. 결혼 상대가 있으면 우리집에서 며느리는 아들의 배우자 외에 시부모에게 어떤 역할도 없다는 점을 꼭 말해주라고 했다. 10분 거리에 사는 아들과 결혼한 딸도 어쩌다 만난다. 독립한 자식에게 최고의 사랑은 절제된 무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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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경비원을 하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난다. 오늘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깨진 그릇 두 뭉치와 일반 쓰레기를 버린 것을 봤다. 꺼내서 처리했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경비원은 잘못된 것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사람이니 잘잘못을 판단하지 않고 열심히 치우기로 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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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하객에 대한 고마움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데 특히 기억하는 축하 손님 2 말기암으로 3개월을 남긴 친구가 참석해서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말문이 막혔다. 친구는 아무도 힘들게 하지 않고 3개월 후 눈을 감았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가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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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오늘 아내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국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운전기사로 나를 낙점했단다. 아무래도 아내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고른 모양이다. 아내가 당신이 친구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좋은 줄 아냐고, 그것은 당신 흉을 보지 않은 내 공로라고 그런다. 나는 그 무서운 곳에 갈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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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6 months
나는 직장 생활 마지막 10년을 계약직 책임자로 보냈다. 3년 마다 실적을 바탕으로 재계약을 했다. 나와 20살 차이가 나는 정규직 여직원과 같이 근무했는데 생의 활기와 지혜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친절했고 밝았으며 안되는 것이 없어서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세상에는 이미 다 배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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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1 months
초등 친구와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 옆자리에 앉은 여성분이 친구에게 아는 체를 한다. 친구도 기억을 되살려 인사를 했고. 친구는 도청에서 정년 퇴직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 친구가 옆자리 일행 4명의 식비를 계산했다. 도청에 근무할 때 청소를 하셨단다. 오랫동안 지켜본 친구를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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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7 months
작년에 여기로 직장을 옮기면서 올렸던 트윗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이 계셔서 다시 글을 읽었다. 많은 분들의 축하 댓글에 하트도 드리지 못했었다. 돌아가신 명량혜경님의 축하 글도 있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눈물겨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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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오늘 새로운 직장으로 첫 출근을 한다. 여전히 경비원이지만 아파트 경비원과는 다른 세상이라 조금은 설레고 그만큼 걱정도 있다. 60이 넘어서도 여전히 삶은 서툴고 더듬거린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마도 나는 서툰 채 삶을 지날 것이다. 새로운 새벽을 맞이한다. 아내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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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부모가 주인으로 빛나는 잔치고 장례식은 자식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어젯밤 성공한 아들이 상주인 장례식에 다녀왔다. 유병장수 시대의 장례식은 슬픔 없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권력들이 붐볐다. 나는 내내 병상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슬픔이 밤을 따라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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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7 months
아내가 수술을 받고 있다. 여덟 번째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있는 아내는 오직 나를 믿고 수술실에 들어갔을 것이다. 흔들리며 세상 살아가는 남편을 든든한 버팀목이라 믿으며 아내는 아득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사연 많은 인생길을 슬픔을 나누며 살아간다. 아내 앞에서는 울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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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3 years
경비원 월급날, 평생 25일이 월급날이다. 수령액 2,034,000원, 의료보험도 해결되고 참 좋다. 현직에 있을때 월급날 행복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경비원 월급날은 참 행복하다. 아내에게 100만원 송금하고 쉬는 날이라 나가서 함께 맛있는 점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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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경비실의 냉장고가 수리불가 판정을 받았다. 원래 중고 냉장고를 경비원들이 구입한 거라고 한다. 중고 냉장고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대표 회의에서 새것으로 구입을 결정해서 냉장고가 들어왔다. 얼마전에는 TV를 교체해줬다. 좋은 아파트라는 뜻이다. 아예 냉장고가 없는 경비실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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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7 months
수술을 마치고 아내가 웃었다. 암의 뿌리는 깊지 않았고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이제 새로운 치료의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희망의 응원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내 이야기 가득한 팔불출에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특히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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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봉급날이다. 214만원을 받았다. 한 달 동안 세상과 만난 결과물이다. 돈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부자를 여럿 만났지만 너그러운 부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다들 작은 돈에 밝은 사람들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부럽지는 않았다. 내 삶은 경비실에서 균형을 찾는다. 방금 주민이 주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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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새벽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청년이 환한 표정으로 "선생님 음료수 드세요. 유통기한 지난 것 아니에요. 방금 편의점에서 샀어요"하며 음료수를 건네준다. 어제 유통기한 우유를 알고있는 것처럼 말한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소중한 마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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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계셨습니다. 늘 일하는 사람으로 사셨고 주변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며 살아오셨습니다. 영정사진, 수의, 장지, 장례비용, 병원비용등 모든 것을 준비해 두셔서 자식들은 추모의 마음만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호국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마음에 아버지를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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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나는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지 않는다. 형제에게도 하소연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견딘다. 오히려 트윗에 적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내가 술을 끊었던 것은 내가 서 있는 곳이 절벽이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슬픔은 사람과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낸다. 기쁨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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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2 years
새벽에 깨어 책을 읽었다. 아내는 일하다 마음 다치면 그만두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는 마음을 다치지 않아서 직장을 35년 다녔던가. 나를 기다리는 천국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 편하게 살자고 결정하면 이 사회에서 내 역할이 끝난다.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면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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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40여년 전에 아버지께서 밤나무를 심으셨다. 나중에 퇴직하면 밤나무 산을 관리하며 살라고 하셨다. 나는 군복무 중이었고 형은 막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였다. 아무런 현실감도 없는 말씀이었는데 아버지께서 가시고 그런 날이 왔다. 오늘 산에서 올밤을 주으며 내내 아버지를 생각했고 아들은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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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추석의 경비실을 지킨다. 고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칭찬도 많이 받으면 생의 짐이 되어 자신을 누르니 적당히 살라고 하신다. 적당히는 아무도 모르지만 새겨 들었다. 추석의 도시락에는 명절에는 기름 냄새를 풍겨야 한다는 아내의 뜻이 조금 담겨 있다. 오랜만에 늘 변화 없는 도시락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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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나태주, 안도현, 김용택의 시를 읽지 않는다. 그들의 시는 행복한 사람의 장식품이다. 법정, 이어령, 김용옥, 고종석의 글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이름이 알려진 사람으로 그 이상의 삶이 없기 때문이다. 조정래, 김훈, 신경숙의 소설도 읽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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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7 months
아내의 수술 경과가 좋아서 목요일에 퇴원 예정이다. 꿈을 꾸는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간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병원에 갔고 진료를 마치고 맛있는거 먹자고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간 아내가 암이라는 전혀 뜻밖의 결과를 말했을 때 잠깐 세상이 어두웠고 그저 막막했었다. 최악의 상황을 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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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7 months
30대 중반에 처음으로 아내와 둘이서 여행을 갔다. 여수에서 밤을 보냈는데 바닷가 여관 주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이쁜 여자에게 어울리는 방을 달라고 했더니 5,000원을 더 받고 바다가 보이는 방을 줬다. 함께 많은 세상을 돌아다녔다. 오늘도 꽃구경을 다녀왔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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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1 year
살아갈수록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지나고보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인연에 연연했다. 그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보내야 했는데 어리석은 나는 밖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후회는 늦은 것이다. 그 때 잘해야 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늦었을 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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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팔로워가 15,000명이 넘었다.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1,000명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특별히 내세울 경력이나 학력도 없이 삶의 순간을 지나며 떠오르는 생각과 슬픔을 썼다. 진부하고 반복적인 이야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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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20여년 전에 당뇨 판정을 받고 약 복용을 권고 받았으나 다이어트와 마라톤, 지리산 등산으로 당뇨에서 탈출, 4월까지 공복혈당 70~90을 유지했는데 5월부터 친구들과 외식하고 카페에서 디저트와 음료수를 가까이 했더니 혈당이 서서히 올라 100을 넘김. 다시 관리에 들어갔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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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9 months
서울과 인천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인천에서 전주 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인천을 친구차로 가는데 친구가 나를 자랑스런 친구라며 자신의 인생에서 역경을 만날 때 나를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지나온 한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다. 함부로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눈물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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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마지막 직원이 퇴근했다. 조금 앞에 퇴근한 직원은 눈길도 주지 않고 퇴근 했는데 마지막 직원은 일에 지쳤을 시간에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고 알려주고 나간다. 마음이 환해진다. 인간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만 세상의 많은 문제는 쉬운 일을 하지 않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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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아내가 유방암 수술을 받기 전 사전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항암과 방사선이 끝나면 자궁과 난소 제거 수술을, 3개월 후 뇌종양 수술을 해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어둡던 밤에 제일 부러웠던 사람은 암 수술을 받는 사람이었다. 동병상련이 부러움으로 바뀌던 밤, 아내와 나는 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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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내가 알고 있는 인생의 내공 고수 3 1위 아들과 딸이 사시에 합격하고 며느리와 사위도 사시 출신인데 주위에서 그 사실을 모르게 한 고향 아랫집 누나. 2위 며느리에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전화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손주가 태어나도 변함없는 부부교장 출신 조카 시부모. 경제적 지원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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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대화에는 수준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이르니 그냥 사람과의 대화가 소중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귀하다. 세상에 더 수준 높은 이야기는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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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을 밀었던 사람이 80%, 차주가 20%의 비율로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실외 주차장은 언뜻 보면 평지처럼 보이지만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이 있다. 밀다보면 차량이 굴러가기도 한다. 빼달라고 전화를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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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낯선 곳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하룻밤을 보냈으니 이제 정말 시작한 것이다. 초라한 사람의 출발에 주신 따뜻한 격려가 눈물겹다. 세상을 사랑하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만난다. 마음 따뜻한 새벽이다. 이 새벽의 기억으로 삶의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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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0 months
친구가 딸을 서울교대 보낸다고 의견을 물었다. 딸은 교대를 희망하지 않았다. 나는 딸의 삶을 한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학교 시스템을 이야기 했는데 내용은 생략. 딸은 sky경영에 입학했고 지금은 자신의 개성을 펼치며 세상을 날아다닌다. 친구가 고맙다고 하길래 결정은 딸이 한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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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6 months
오후에 아내가 네 번째 항암 치료를 받았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아내가 많이 힘들어 했다. 항암을 마치고 나오는 아내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름을 불러줬다. 돌아오는 길에 당신이 오늘 병원에서 제일 예뻤다고 했더니 아내가 조금 웃었다. 저녁 출근하며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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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아내가 오늘 오전에 입원한다. 나는 출근하고 딸이 보호자로 가기로 했다. 수술하는 내일부터는 내가 휴가를 내서 아내를 간병할 예정이다. 아내는 며칠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유방암 수술 10년을 지나고 방광암 수술을 받는다. 무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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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살아가는 일은 슬픔을 누르고 눈물을 견디며 한숨을 참아내는 과정이다. 더 나은 삶이 있을거라는 기대 없이 오늘을 살아간다. 생명은 살아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춥고 손이 시린 의무의 시간은 봄이 오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밤의 경비실에서 트윗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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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아침 식사를 했다. 경비원을 시작한 후에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3개의 도시락을 준비 했는데 다 비웠다. 저 안에 삶의 한 시절이 머물고 있다.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열악했을 것이다. 많은 사연이 있지만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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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주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여러명 있다. 다들 좋은 직장, 경제적인 안정을 이룬 사람들이다. 부부가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곤 했던 지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많은 조건을 충족하는 삶이었고 풍요로운 노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내일은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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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4 months
나는 트윗에 가끔 올라오는 "가난하면 불행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나도 돈을 벌기 위해 60대 중반에 경비원을 하고 있다. 글을 올리는 사람이 부자라는 법은 없지만 타인의 삶을 제한하는 글이 부담스럽다. 저임금을 받고 때로는 부당한 상황에서 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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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오후에 토란대를 다듬는 아내 곁에서 서투른 솜씨를 보이다 몸살기가 있다고 엄살을 떨며 누워 있다 저녁에 출근 했더니 도시락에 소고기와 애호박, 버섯을 넣은 국이 있다. 감기 기운이 있으니 따뜻한 국물을 먹으라고 보온통에 넣어줬다. 저녁밥을 먹으며 눈물도 함께 먹었다. 아내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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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아내와 함께 있으면 끝없는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내와는 화제의 빈곤이 없다. 식탁에서도 이야기는 또 새롭게 시작되어 식사시간이 길어진다. 사랑은 몇번 반복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생전 처음인 신기한 이야기로 들어주는 것이다. 아내와 저녁 통화를 했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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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0 months
삶의 하한선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는 그 선을 올릴 자신이 없다. 어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어제가 그리운 날이 된다. 낮아지는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자족이라고 부르며 나를 위로한다. 혼자인 토요일의 경비실에서 이제 또 내려갈 낮은 자리가 있는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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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우울한 새벽에 불을 끈 채 경비실에 앉아 있었다. 3시 50분에 분리수거 차량이 다녀갔고 4시가 지나자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이 눈에 띄었다. 새벽의 변함없는 반복을 바라보며 오지 않을 것 같은 아침을 기다렸다. 점심에 딸과 우동을 먹고나서 우울이 많이 사라졌다. 우울엔 우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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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아내가 CT를 찍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웃으며 들어갔다. 끝나면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읽고 들으며 감동했던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아내가 보여주는 한 순간의 미소에 미치지 못한다. 아내는 내가 상상하고 쓸 수 있는 아름다움의 가장 환한 이름이다. 늘 아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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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4 months
나는 트윗을 하게 된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비원을 하면서 떠오른 짧은 생각들을 트윗에 쓰기 시작했는데 만약 트윗을 하지 않았다면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바라본 새벽의 풍경과 삶의 눈물겨움은 어디에도 없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내가 들었던 슬픔의 세계와 읽었던 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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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4 months
아내의 수술 후 첫 검사 결과에 대한 진료를 받았다. 11년 전에 다른 암으로 수술을 했을 때도 같은 과정을 거쳤었다. 병원을 향하여 가는 길에 무슨 말을 해도 즐거운 이야기가 없었다. 마음의 기원을 애써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에 아내는 손주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결과는 좋았고 아내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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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오늘 몇 번이나 정신과를 찾으려 망설이다 포기했다. 극심한 두통과 우울이 나를 덮쳤다. 경비실에 앉아서 밤의 세상을 바라본다. 오늘의 우울이 내일로 이어지고 내일은 또 새로운 근심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도 오늘밤은 잠들고 싶다. 어떤 개선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슬픔에 익숙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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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0 months
아파트에 근무할 때 담배 피우며, 또는 걷거나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 남자들은 대부분 정치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말을 붙혀 보면 자기가 유튜브에서 확인한 내용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대단한 정보라고 여기고 있었다. 첨단과학이 만든 세상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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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오늘은 살아오며 아내가 했던 말 중에서 단 하나만 기억했다. 아내는 내가 술에 젖어 살아갈 때 "당신은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 했으며 삶의 어느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이제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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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결혼식은 손님을 초대해서 대접하는 잔치라고 생각한다. 딸의 결혼식에 10만을 송금한 사람보다 5만원을 낸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고 간 경우가 더 고마웠다. 귀한 시간을 내서, 두 사람이나 축하의 인사를 하러 참석한 마음은 얼마나 귀한가. 잔치집은 참석이 우선이라는 나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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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내가 살아오며 잘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술을 끊은 것이다. 나는 화를 잘 내고 늘 아내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내가 과거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될거라고 상상도 못했단다. 아내에게 인정 받는 사람, 아내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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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25일 월급날이다. 새벽에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당신이 새벽에 일어나 챙겨주고 맛있는 도시락도 싸줘서 오늘 월급을 받는다고, 고맙다고 했더니 아내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그럼 그 고마움을 숫자로 표현해주면 안되겠냐고 그런다. 오늘 월급이 입금되면 전액을 아내에게 보내주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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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아내는 내가 책을 읽지 않을 때 당신은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내 삶의 기준이 흔들리면 당신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할 때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했다. 오늘 아내와 함께 작은 것에 연연하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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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경비실에서 24시간을 보내고 퇴근을 기다린다. 근무를 마쳤다는 홀가분함은 작고 감당해야 할 하루는 긴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살던 지인이 60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 운동을 열심히 했고 술, 담배도 멀리 했는데 오래 사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슬픔도 살아 있는 사람이 받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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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아내방에 갔다가 유퀴즈를 봤다. 김혜자가 출연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저런 것이구나 공감하며 마음을 턱 놓고 봤다. 표정에 소녀가 담겨있다는 말이 무엇인가 확인했다. 저런 연기자가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아내가 당신도 김혜자씨 남편처럼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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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어제 아버지 유산 정리에 대해서 오늘 아내가 왜 며느리에게는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법적인 상속인은 아니지만 아버님과 38년 세월을 함께 하며 사랑 가득한 며느리였음을 강조 하기도 했다. 아내 말이 너무도 옳은 것이어서 결국 내가 받은 돈의 1/2을 아내에게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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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퇴근하면 5시 50분, 아내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24시간만에 만나서 1시간동안 함께 걷는다. 결혼 37년인데 아내는 늘 설렘을 주는 사람이다. 최고의 대화 상대는 아내라고 믿고 있다. 오늘은 걸으면서 삶이 복잡하던 시절에 다녔던 여행의 기억들을 소환했다. 잘했다고 서로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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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5 months
아내가 마지막 항암을 했다. 일단은 한 과정을 마친 것이다. 이제 긴 과정의 한 단계를 지난 것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 문을 나서며 아내와 오래도록 따뜻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아내는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불가능한 영원을 그렸다. 사랑은 자주 슬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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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아버지를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자식을 바라보며 희망을 키우다 아들의 좌절에 애가 타던 세월이, 아들 딸 결혼시키고 흐뭇했던 마음이, 손자 돌이라고 동네 잔치를 열었던 삶의 기쁨이 낯선 병상에 누워 있었다. 돌아오며 조금 울었다.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며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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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3위 만나면 며느리만 힘들다고 올 추석에도 아예 외식도 안하고 며느리 편히 쉬라는 딸의 시부모님. 특히 늘 바쁘신 시아버님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딸이 아주 좋아함. 나는 그 절제된 무관심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식 자랑하고 싶고 며느리를 보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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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0 months
모임에서 대화를 독점 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이야기에 끼어들어 끝없이 무슨 말을 이어간다. 모르는 것도, 아는 것도 없는 이야기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인격이고 살아온 세월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반갑지만 내용 없는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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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9 months
나는 나이를 먹으며 넉넉하거나 여유로워지지 않았다. 지혜가 깊어지는 일은 더욱 없었고 마음은 더 흔들리며 눈물을 자주 참게 되었다. 안된다는 말을 하고 번복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쩌다 찾아온 기쁨은 머물지 않았고 슬픔이 옷처럼 나를 감싼다. 가을을 말하면 내가 속한 계절이구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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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9시 30분, 아내와 길을 걸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내와는 언제나 화제의 빈곤이 없다. 사랑은 끝없이 다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부드럽거나 다정하지 못했다. 서른이고 마흔인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지금은 아내가 옳다. 사랑은 당신의 말이 옳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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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어제 어머니께서 152일만에 퇴원하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30년 넘게 이어진 병환과 넘어져서 엉덩이뼈를 다친 결과지만 자식은 그렇게 부모를 버린다. 이것이 최선이라고, 어머니께서 원하신 일이라고 마음을 누르며 돌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이 슬픔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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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2 days
나는 한국에서 어떤 출산 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이미 달리는 열차는 탄력을 받았고 돈이라는 당근으로는 저출산의 열차를 멈추지 못한다. 사회와 가정이 모두 하나가 되어 육아와 가사가 여성의 몫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전에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흔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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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하지 않고 무덤이나 납골당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제사나 추모의 행사를 일체 하지 않는 것이 죽음을 대하는 내 마음이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내 뜻을 말했고 오늘 그 마음을 등록했다. 나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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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내가 근무하는 건물의 책임자는 밝고 공손하다. 특히 청소 하시는 여사님이나 경비원에게는 더 깍듯하게 대한다. 조직에서는 될 수 있으면 최고 책임자와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데 여기에서는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치면 그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부임 하면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왔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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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6 months
아내는 수술과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항암을 받았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세상에는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아내를 바라보니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당신은 하나도 늙지 않고 예쁘다고 했더니 젊어서는 당신이 속을 너무 썩였고 나이들어서는 사랑을 많이 줘서 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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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아름다운 노년에 대한 환상이 지워지고 있다. 아내와 함께 늙어가며 천천히 세상에서 사라지는 꿈을 꾸었는데 부모님과 주변을 지켜보며 장수의 숫자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에 반응하며 아내를 사랑하고,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얼마나 큰 꿈이었는지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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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퇴직 후 일자리를 구할 때,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일은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몇군데를 지나서 이곳 경비실에 자리를 잡았다. 사무실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더이상 바랄게 없다. 행운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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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6 months
아침에 혈액과 소변 검사를 하고 방금 신장내과 진료를 받았다. 신장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들었다. 암 진단을 받고도 울지 않던 아내는 신장이 괜찮다는 말에 내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장모님께서 지금 아내의 나이에 혈액 투석을 하셨고 결국은 일찍 돌아가셨다. 장모님과 함께 살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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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눈이 많이 내렸다. 경비원은 근무하는 날에 눈이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제 오후 늦게 눈이 그치고 나서 밤까지 눈을 쓸었다. 처음에는 길을 내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옛 아파트 경비원 실력이 나와 보기 좋을 정도로 눈을 쓸었다. 내가 조금 쓸면 누군가 더 쓸어야 한다. 단순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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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어젯밤에는 경비원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깨지 않고 5시간을 잤다. 꿈을 이룬 것이다. 잠들기 전에 다들 잘 아시는 트윗의 의사 선생님께서 주신 긍정적인 말씀에서 큰 위안을 얻었는데 그래서 포근하고 깊은 잠에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윗은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여기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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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4 days
예전에는 가깝게 지내다 통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사람이 뜬금없��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길래 예의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고 만남이 이뤄졌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본론이 나왔는데 아들과 딸이 좋은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었다. 여러 이유로 꼭 내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축하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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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트윗을 하면서 출판에 대한 제의를 계속 받아왔다. 어느 출판사 사장님은 출판계의 관행을 넘는 인세를 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물론 인세가 주어질 만큼 책이 팔릴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말이다. 딱 이만큼만 나를 알리고 싶었다. 여기에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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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결혼 주례를 몇 번 섰는데 처음에는 결혼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세계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 섰던 주례는 주로 신랑에 대한 당부로 채웠다. 행복은 아내와 함께 있는 공간에 있고 거리에 있지 않으며 특히 어둑한 술집에 있는 경우는 없다. 부부가 함께 쌓아가는 시간이 행복을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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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4 months
극심한 우울도 출근하면 어느 정도는 가라앉는다. 움직이며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한다. 어떤 순간에는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은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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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9 months
글이 때로는 삶을 미화한다. 슬픔도 쓰다보면 아름다워진다. 그래서 나는 트윗에 한숨을 쓴다. 많은 분들이 트윗을 떠났지만 나는 여기에서 무슨 이야기를 쓸것이다. 희망 없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시작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보잘것 없는 삶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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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8 months
나는 한 사람의 삶은 사랑의 기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세상에서는 한가한 이야기에 분명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사랑의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루는 일치와 함께 견뎠던 슬픔이 모여 삶을 이룬다. 사랑은 일치와 슬픔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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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내 삶은 고립이다. 가끔은 모임에도 참석하지만 내 의견을 거의 말하지 않는다. 몇몇 사람과 간간이 통화를 하지만 마음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는 내 마음을 누구에게 말하는 것이 어렵다. 나이가 들면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데 내 마음은 혼자일 때 편하다. 어쩌면 나눌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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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1 year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청소 여사님들께서 따끈따끈한 선물을 주고 가신다. 내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왔다고 여사님들께서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내 고객이다. 내 수고가 필요하면 기꺼이 하고 고객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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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2 years
새벽에 출근해서 청소를 마쳤다.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행위가 삶이다. 내세울 것 없는 삶이지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아파트를 돌고 또 돈다. 행복해서 사는 것만이 삶은 아닐 것이다. 견디는 것도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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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6 months
점심을 먹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이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씨레기 된장국이 다시 돌아왔다. 아침에 아내가 점심에 따뜻한 국물을 먹으라며 도시락 가방에 넣어줬다. 3년 가까운 경비원 생활 동안 혼자서 식사하는데 익숙해졌지만 오늘은 자꾸만 목에 무엇이 걸린다. 그래도 깨끗하게 비웠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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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8MLZhn9Jx2yBm
새벽부터
7 months
아파트에 근무할 때 가깝게 지냈던 입주민과 통화를 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었는데 내가 근무하는 날이면 간식용 컵라면과 우유를 사 주셨다. 경비실을 비우면 냉장고에 넣어놓고 가셨다.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떠나왔는데 사무실 직원에게 부탁해서 연결이 되었다. 딸이 치과 의사인 것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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