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정대만이고 XX대 XX학과 졸업햇구요 엉엉
이름도 정대만이고 얼굴도 정대만이고 질질 우는 목소리 들을수록 정대만이야.... 철은 혼란스러워하다가 모를 애를 팬 놈들을 일단 두들겨 패는 것으로 심정을 달램
"…어떤 놈이 구타 시작한거지?"
"예? 원래 그러는 거 잖아요?"
이 놈부터 맞음
친구들이랑 홍콩에 놀러왔다가 고급 호텔 뒷편에서 한눈 팔았더니 홍콩 깡패한테 납치당해버린 정대만... 눈 떠보니 개처맞고 코피 질질 눈 충혈 입은 채로 입에 연필 물고 엄마 전화번호 적고있음 와중에 악필이라 전화 안걸림 허컥 흑흑 아 제송해요 제송해요 이거 9아니고7이에요 엉엉 다시 쓸게요
C호텔 뒤에서 도련님 하나 잡았는데 우느라 말을 못한다는 소문이 쫙 돌아서 52세 철이가 보러 간다...
중국어 못 알아 듣지만 욕인건 기가막히게 알아듣는 대만. 숙여 정도는 이제 외워서 철이가 앞에 있을때 계속 고개 숙이고 있는데 바닥에 벌레 기어다니는거 보고 뛰어올라서 철이랑 눈 마주침
그 즉시 다시 매타작 당해서 못 알아봤지만 철이는 알아봤지... 대만이 패던 놈 발로 차고 얼굴 들게하는데 두들겨 맞아서 피범벅이지만 아무리 봐도 약 30년 전의 그 정대만임... 박철 존나 혼란스러운 상태로 너 이름이 뭐냐. 하고 묻는데 대만 자기가 죽어서 한국말 들리는줄 알고 엉엉 울기 시작함
근데 정대만 눈 앞의 철이: 시꺼먼 정장에 코트, 입술에 길게 찢겨진 상처
아무리 봐도 천사는 아님 그렇다고 저승사자라기에는 너무 공무원 티가 안 남. 죽지도 못했다는거 알고 빌기 시작
아 진짜 죄송헤요 저 지갑에 돈 지금 15만원 있어요 다 드릴게요 아 진짜 우리 엄마 번호 맞다니까요
한 대만 쳤는데 다른 놈들이 패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게. 맞자마자 뼈 부러지는 소리 남. 거기다 지금 박철 혼란스러워서 간만에 힘조절 전혀 못하고있음…… 보스니까 어떻게 반항도 못하고(+못이김) 예, 시정하겠습니다. 보고하고 하겠습니다 형님. 방에 있는 놈 하나씩 다 때리고 돌아보니
눈치 보다가 아저씨가 아닌가? 형인가? 말 실수인가? 하고 고민 하는데 깡패 아저씨가 팔 잡아 당겨서 일으켜 세운다.
행동은 거친데 자기 몸에 닿으면 부드럽게 쥐어잡는 것도 철이 같아서 어째 안심한건지 철이한테 했던 것처럼 투정부림
"나 이빨 빠진거면 어떡해요..."
이거 비싼데...흑흑
정대만은 자신도 몰랐지만 거친 남자들 사이에 있으면 자기 비빌 곳을 귀신 같이 알아채는 능력이 생김. 여기 너무 춥고 진짜 이불도 안 주고 계속 때리고
고충을 말하며 앵겨드는 대만을 끌어잡은 철이 손짓으로 명령한다 얘 재울 방 하나 찾아.
대충 알아들은 대만 기겁함
"또 때리러 오면 어떡해요
박 철 52세, 홍콩을 본거지로 한 밀수업, 협박 전문 깡패조직의 오야붕. 과거를 잊기 위해 주먹 하나로 전부 다 두들겨패다보니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근데데 정신차려보니 첫사랑 동갑내기 정대만(인데 30살가량 어림)을 자기 방에 들여서 직접 30년 전처럼 구급상자 들어다가 상처 치료해주고 있음
용감하게 바닥에서 자겠다고 한 놈은 어디가고 쇼파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대만.
"저, 형. 이름이…"
철이는 차마 박철이라고 말할 수 없어서 해외에서 쓰는 이름을 댄다.
"테츠오."
"테츠오 형, 딜 합시다."
갑자기 배짱있게 말하는 태도가 되어 음? 했는데 얘 지금 용이를 따라하는거 같음
용이는 졸렬하지만 약삭빠르고 겁 안 먹는 놈이었지.
"저희 집이 돈 많은건 모르겠는데 제가 예전에 다니던 친구들한테서 도련님이라고 불렸거든요? 테츠오 형이 말하는 돈에는 못 맞추더라도 반절은 될거예요. 예? 오케이? 잘생기신 분이 좀 맞춰주자.? 어, 이제보니까 제 친구보다 잘생기신거같고"
박철은 자기도 모르게 툭, 물어봄
"철이?"
"아…제가 엄청 좋아했던 친구요. 남자예요. 그런 의미로 좋아했던거 절대 아니고……"
그런 의미로 좋아했던 사람은 무표정이 되었고 대만은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떠들어댐
"진짜 좋아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절교를 했거든요. 피한걸까? 서로 피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 피해도 됐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랬을까. …어려서 그랬던거 같아."
내용은 서글퍼도 철이 얘기를 하니까 괜찮아진 듯한 대만은 박철에게 고개를 돌림. 근데 진짜 닮았다. 눈가에 주름 지고 피부가 좀 더 거칠어진 것을 빼면… 아, 머리도 좀 더 단정해지기도 했고?
"나중에 철이 만나면 형 처럼 하라고 얘기해볼까요? 아 물론, 물론 테츠오 형이 더 잘생겼을거 같긴 한데."
애교처럼 말하는 대만의 마음 속에는 제발 살려보내줘. 라는 말이 숨겨져있지… 박철은 대답을 하지 않고 일어난다.
"쉬어라."
왜 돌려보내준다는 말은 안 하는데. 마음속으로 눈물 흘림…
어둠 속에서 아무 말 없이 나란히 누워있으니 솔직히 잠은 안 오고. 남자 둘 숨소리만 방 안에 울리는게 미칠지경, 거기다 살짝 허리 아픔. 근데 가장 힘든건 둘 다 잠 안자는데 침묵하는거다. 그래서 대만은 옆으로 돌아누웠음 어둠 속에서 윤곽만 보이는 얼굴선이 진짜 아무리봐도 철이 같은거야.
꿈에서 탁 깨듯 겁에 질린 대만은 네. 하고 눈을 꼭 감았음. 그러나 여전히 놓아주지 않는 손. 박철은 대만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봤음. 그 예전 자신의 작은 집에서 잠들던 그 모습. 애틋함과 함께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떤 감정.
대만의 머릿속에선 신장이 얼마인지에 대한 토론이 오갔지만 말이다
무마취 하면 어떡하지 까지 고민이 간 순간 대만은 기절처럼 잠에 들었고 철은 새벽 내내 대만의 손을 잡고 그 모습읓 내려다봤음.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고 또… 기다리는게 있었기 때문이지.
새벽 4시쯤인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철은 마지못해 손을 놓고 걸어나가 파일을 받아왔다.
"1996년."
철은 확신했음 얘는 정대만이 맞다. 하지만 서류들에 따르면 정대만의 부모는 돌아가셨고, 때문에 부모의 번호는 없는 번호, 정대만이 묵은 호텔은 상호가 바뀐지 오래. 철은 고개를 들어 달력을 올려다봤음. 지금은 2023년.
"더 자."
그럼 이제 정대만이 돌아 갈 곳은 나 밖에 없지않나?
철은 벽에서 달력을 떼고 다시 잠에 든 대만을 끌어안아 침대에 옮겼음. 박철은 이제 그 예전의 작은 복도형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직접 사람을 패지 않고, 차려입을 줄을 안다.
어쩌면 정대만의 곁에서 있기에 충분한 남자가 되기 위해 여태 달려 온 게 아닐까? 그것도 바로 오늘을 위해.
나 침대에서 잤어 미친새끼 아냐?
아침에 일어난 정대만은 어째 편하다 싶더니 침대 위인걸 알고 벌떡 일어남..... 아무도 없는 방에서 절하는 방법을 되뇌이던 중 방 문이 열렸고 박 철이 들어왔다. 대만은 외운 그대로 침대 위에 머리를 박음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저도 모르게 담히."
아, 예. 감사합니다. 뭐지 죽인가 했는데 토스트와 계란 햄 우유... 생각보다? 아니 뭔가 좀 호텔 식으로 만들려 노력한 듯한 그런 구성. 대만이 눈치를 보며 한 입 먹는데 어, 괜찮다? 이런 맛이면 독살 당해도 괜찮을듯; 하고 먹는데 옆에서 철이 입을 염
"곁에서 담배는 피지 않도록 하지."
"예?"